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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자료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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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간도 일기<제350호> / 2010. 8. 8(일) / 비

복리원의 "젊은이" 작은 윤아바이

○…연길에서 밤늦게 일을 마치고 복리원에 돌아왔다.
한번 나가면 이것 저것 미뤄뒀던 일들을 처리하고 오느라
늦기도 하지만 오늘은 한국 손님을 늦게 만난 탓이다.
낮에 손님을 기다리며 장을 본 물건을 현관문을 열고 들여놓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두 주무시기에
조심한다고 했지만 소리가 요란했나보다.
105호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사람이 마치
서부영화의 총잡이가 코너를 돌아 나타나듯이
쏜살같이 나타나 자세를 낮추고 공격자세(?)를 취했다.
작은 윤아바이였다.
나도 놀랐지만 아직 잠이 덜 깨 초점도 맞지않는 눈으로
버티고 선 윤아바이도 많이 놀란 것 같았다.
아마 도둑이라도 든 줄 알았던 모양이다.
"아바이, 아직 안주무셨어요?"
"어? 사장 왔어요?"
7부 잠옷바지 춤을 추슬러 올리며 아직도 표정 없는
얼굴에서는 아직도 잠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작은 윤아바이는 2008년 여름 복리원 개원하고 네 달 지난
12월말에 우리 복리원에 들어왔다.
그때 나는 공사잔금 마련을 위해 한국에 들어가 있을 때였다.
1월 하순에 돌아오니 리원장이 떡허니
아바이 둘을 받아놓았던 것이다.
그중에 윤아바이는 청산리 농촌에 살다가 처음으로
도시생활을 하게 된 게 우리 복리원이었다.
이제 71세인 윤아바이는 50초반에 할머니를 잃고
20여년을 혼자서 3남매를 키웠다.
젊어서 산에 갔다 곰을 만나 '사투'를 벌이고 살아난 뒤
온 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한다.
흐린 날이면 더욱 몸이 쑤시고, 밤에도 잠을 잘 못이루어
그 독한 빠이쥬(白酒)를 한 잔 해야 잠을 잘 수 있다.
우리 복리원에 그 겨울에 갑자기 들어오게 된 것은
3남매가 한꺼번에 한국으로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복리원에 와서 처음에는 할머니들과 티격 태격 다툼도 많았다.
특히나 말을 함부로 해 할머니들의 원성이 높았었다.
한번은 할머니들이 화장실 뒤 정리를 깨끗하게 하지 않았다고
윤아바이를 몰아세웠었다.
윤아바이는 극구 자신이 그러지 않았다고 부인을 했다.
할머니들이 계속 몰아세우자 결국 한마디 나오고 말았다.
"개씨부랄, ×같이! "
결국 사장인 내가 언성을 높이고서야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막말하고, 깨끗하지 못했던 신변도
이제 이곳에서 2년 가까이 지내며 많이 변했다.
하기 싫어하던 목욕도 토요일이면 꼬박 꼬박 찾아하고,
말씨도 고와졌는지 모른다.
작은 키에 늘 눈이 게슴츠레해 졸음을 달고 다니는 얼굴이지만
그래도 우리 복리원에서 가장 젊어서
자질구레한 일들을 알아서 잘도 한다.
겨울에 마당의 눈을 치울 때면 그래도
빗자루라도 들고 나서는 사람은 윤아바이 밖에 없다.
우리 복리원 리원장의 뇌출혈 재활훈련을 돕는 이도
윤아바이 뿐이다.
리원장이 마당이라도 나설라치면 신발도 신겨주고,
넘어질까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 직원을 도와 휴식실을 청소하는 사람도 윤아바이다.

얼마 전에는 윤아바이가 나에게 할말이 있다고 찾았다.
왠일인가 걱정도 되었다.
"사장, 나 차깨 몇 개만 사줘요."
"뭐 하실려구요?"
'차깨'는 쥐나 동물을 잡는 덫을 말한다.
요즘 토끼와 닭장에 쥐가 많아 걱정을 했었는데….
"아, 그래야 겨울에 토끼 고기라도 좀 먹어보지."
나중에 사오겠다고 말하고 돌아섰다가 마음이 변했다.
"아바이, 지금 갑시다. 차에 타세요."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아바이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윤 아바이와 함께 시장에 가서 차깨를 찾았다.
아바이는 이집 저집을 돌며 까탈스럽게 물건을 골랐다.
3개를 사자는 것을 6개나 사서 함께 돌아섰다.
돌아오는 길에 잎담배 파는 좌판이 보였다.
"아바이, 담배 고르세요. 내 사드릴게."
"아이 됐어요."
극구 사양하는 아바이를 막무가내로 몰아부쳐
가장 비싼 잎담배로 한 근을 샀다.
아바이는 비닐봉투를 받아들고 가슴에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가끔 원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나가서 할 일이 생기면
이제는 직원을 대기시키지 않고 윤아바이에게 부탁을 하고 간다.
이제는 그만큼 믿음도 생겼고, 복리원일이라면
자기 일처럼 적극적이라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모두들 서로 믿고 의지하며 한 집식구처럼 살아보자고 시작한
애심복리원의 취지를
작은 윤아바이가 가장 먼저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350-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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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림성 화룡시/ 최요안OFS / joahnch@hanmail.net

조스테파노

2010.08.11 17:58:37
*.105.5.253

서로 믿고 의지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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