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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자료게시판

조선족 노인들의 정체(?)<북간도 일기349>

조회 수 5465 추천 수 0 2010.07.29 12:40:25
* * *
북간도 일기<제349호> / 2010. 7. 29(목) / 흐림

조선족 노인들의 정체(?)

○…20일이 넘게 한국 방문을 마치고 화룡의 애심복리원으로
돌아오는 날, 대문을 들어서며 깜짝 놀랐다.
차가 대문을 들어서자 현관 앞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렬 횡대로 도열(?)해 있는 것이 아닌가.
김주임의 멋진 승용차의 문을 열고 내리자
할머니들은 박수를 치며 노래를 시작했다.
"오늘은 온 집안에 기쁨이 넘치는 날,
사장님이 한국에서 돌아오셨답니다.…"
연변에서 잔칫날이면 부르는 대중가요를 개사해
환영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셨다.
멋쩍고, 송구스러운 몸을 연신 굽신거리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손을 하나 하나 잡아드리는 것으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했다.

중국에 와 노인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솔직히 본의가 아니었다.
원래 청소년사업을 하고 싶었으나 이곳의 여러 가지 정황상
여의치가 않았던 것이다.
조선족들을 대상으로 노인복지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들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고 이해하게 되었다.
멀리는 고려시대말, 조선조 말부터 가까이는 일제시대에
한반도에서는 살기 힘들어 이곳으로 와 정착을 한 사람들이
이들의 선조들이다. 더러는 자신의 뜻과 관계 없이 끌려오기도 했지만
더러는 좀더 잘 먹고 살아보겠다고 스스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이불 짐 하나지고 먼 길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넘어온 지식층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한반도에서는 '마이너'에 속하는 그룹들로
일제의 이민정책에 속아 들어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당시만 해도 중국의 동북지방은 청나라의 봉금정책에 의해
울창한 삼림과 황량한 진펄이었다고 한다.
이들의 피와 땀으로 만주벌판에 수전이 시작되었고
드넓은 밭이 개간된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혹독한 겨울을 가진 만주벌판에서
변변한 방한 준비도 없이 버티며 논밭을 개간한
이들의 고초가 어떠했는지 당시에 널리 불리던
민요의 가사를 보아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주땅 넓은 들에
벼가 자라네, 벼가 자라네
우리 가는 곳에 벼가 있고
벼가 자라는 곳에 우리가 있네
우리가 가진 것 무엇이더냐
호미와 바가지 밖에 더 있나
호미로 파고 바가지에 담아
만주벌 거친 땅에 볍씨 뿌리여
어화 새살림 이룩해보세'
이들은 일제와 맞서 전쟁을 하면서 한반도의 독립을 위해 애를 썼다.
또한 중국을 대신해 동북 변방을 일제로부터 지켜내는데
큰 공로를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 이곳의 공산당원들은 90%이상이 조선족들이었으니 말이다.
이들의 일부는 6.25전쟁당시 남침의 맨 앞자리에 서기도하였고,
후에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이름으로 참전하기도 하였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지 못한 '열사비'가 연변지역에 유난히 많은 것도
이들이 각종 전투에서 많은 공을 세웠음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생각에 빠지다보면 어쩌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던 사람들도 있을법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한분 한분 들여다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동북을 개간하고, 지켜온 이들의 기개가
시간의 흐름 앞에 이제는 밀려나
가족들마저 떠나보내야 하는 신세가 된 셈이다.
어쩌겠는가 우리 모두가 역사의 피해자들인 것을….
어쩌면 서로를 겨눴을 피아지만 긴 세월을 돌아
지금은 '사랑'으로 다시 마주섰다고 생각하니
이들 조선족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더욱 잘 모셔야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349-끝>
--------------------------
중국 길림성 화룡시/ 최요안OFS / joahnch@hanmail.net

조스테파노

2010.08.11 18:06:37
*.105.5.253

벼가 자라네 벼가 자라네 우리가 가는 곳에 벼가 자라네.....
우리 부모님도 만주 땅 그 넓은 곳에 곡식을 심어 놓고
벼가 익을 무렵
산길을 밤에 넘고 넘어 남하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시곤 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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