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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간도 일기<제348호> / 2010. 4. 13(화) / 눈
아바이보고 '개'라니?
○…청명을 앞두고 할머니들은 모여앉으면 명절휴가를
어디로 가는가 서로 자랑아닌 자랑이 만발했다.
한국에서는 식목일이라서 하루 쉬지만
중국에서는 '청명'을 명절로 넣어 하루를 쉰다.
휴식은 하루지만 이곳은 관습적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휴무를 당겨서 3일을 쉰다.
저녁 식사를 하고나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독서실에 모여 윷놀이를 한다.
콩을 깍아 만든 윷이라 책상위에서 굴리기에 좋다.
청명을 앞두고 명절휴가 이야기를 곁들여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한 할머니는 영감 산소에 간다고 했다.
한 할머니는 아들네집에 간다고 했다.
한 할아버지는 아들네가 오기로 했다고 한다.
며칠전 형정대에서 입주 노인들 실태조사를 해간 일이 있다.
요즘 노인들을 유기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 노인들의 신상은 물론
가족들 연락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회는 점점 노령화 되어 가는데 정책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그런 문제들을 야기하는 것 같다.
특히 병든 노인들의 삶의 실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신병원 치매병동에서는 노인들을 봉쇄된 병실안에다
그것도 침대에 붙잡아 매놓고 있다고 했다.
개인 양로원에서도 치매나 중풍 등 병든 노인들을 받지만
그들을 제대로 간호하거나 돌볼 생각은 없다.
단지 수용할 뿐이다.
가족들도 그를 알지만 못본체 하는 것이다.
유기인 셈이다.
그래서 연길의 한 한국단체에서는 전문 치매병동을 준비하고 있다.
수용인원 20명에 직원이 17명이라니 제대로
사람답게 살게하고 싶다는 취지가 이해가 된다.
자기 집에 있는 노인들도 사회적인 유기 상태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가족들과 함께 살아도 그들이 모두 출근하고 나면
작은 평방에 혼자 남겨진다.
외롭고 고독한 노년을 보내며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빈방에서 홀로 찬밥으로 점심식사를 할 그가
가슴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이 주신 삶을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다.
독거노인들의 경우야 더 말해 무엇할까?
중국에는 각 써취마다 '쥐쟈양라오푸우짠'(居家养老服务站)이라는
것이 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재가양로봉사센터'인 셈이다.
우리 관할 써취에서 복리원에 이 센터를 앉히자고 제안했다.
기꺼이 동의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또 해야할 일이
이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아직은 기껏해야 장소 제공 정도지만 앞으로는 벙위도 확대하고,
봉사도 좀더 적극적으로 한다면 양로원 사업 이상으로
이 사회에 더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기위해서는 장소도 더 늘려야하고, 봉사자도 더 필요한데….
갑자기 독서실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아바이 개, 아바이 개!"
아니 할아버지보고 개라니… 무슨 싸움이 났나하고 들여다 보았다.
"쓩(윷)도 모도 필요없다. 아바이 개!"
개만 치면 두동을 잡는다고 좋아라 난리를 치고 있었다.
<348-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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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림성 화룡시/ 최요안OFS / joahnc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