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간도 일기<제347호> / 2010. 1. 12(화) / 맑음 "나는 국물이면 된다." ○…"난 국물이면 된다." 성장하면서 어느 땐가부터 식사시간이면 아버님이 하시던 말씀이다. 그래도 소고기 국인데 누나가 고기 몇 점이라도 더 넣을라치면 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모든 영양소가 국물에 다 녹아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곤 했다. 난 그런 줄 알았다. 요즘 복리원에서 식사할 때면 신경 곤두서는 일이 하나 있다. 뷔페식으로 식사를 하다보니 밥이고 반찬을 스스로 먹을 만큼 가져가신다. 그런데 유독 한 할머니는 국물이 조금 있는 반찬 앞에만 가면 국물을 더 퍼담으려고 찬 그릇을 통째로 드는가하면, 때로는 집게를 옆으로 눕혀 국물을 긁어 담느라 주변을 온통 어지럽히곤 한다. "아매, 집게로 국물이 퍼져요?" 핀잔 아닌 핀잔을 드리며 국자를 얼른 갖다가 도와드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매는 '이빨이 아파서…'하고 반복해서 말씀하신다. 달포 전에 앞자리의 아매와 함께 이빨을 해 넣었는데 그 이빨이 안맞아서 벌써 세 번째 다시 했는데도 그 모양이라고 한다. 우리 애심협회 이사가 하는 치과를 소개해 드렸었는데, 다행히 그 아매는 자기 사위가 소개해준 다른 치과에 가서 했다고 해서 가슴을 쓸어내렸었다. "아매, 이빨이 아픈 것을 말씀 드리는게 아니고, 흘리지 않고 깨끗하게 담으시라는 말씀이에요." 몇 번이고 설명을 드려도 그 아매는 지저분하게 퍼 담는 이유가 '이빨이 아파서….'이다. 식사시간이면 우리 직원들이 둘러앉아서 아매 아바이들을 흉보는 말이 하나있다. "아유~, 나물 반찬은 질기다면서, 소고기반찬은 많이도 집어가데." "씹지 못해도 꿀꺽이라도 삼키는가 봅데." 요즘 들어 치아가 오복중의 하나라는 말을 새삼 실감한다. 회사 다닐 때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나온, 좀 나이 있는 직장인들이 너 나 없이 모두 이쑤시개를 하나씩 물고 식당가를 어슬렁 걷는 모습이 꼴불견이었다. '점심부터 무슨 대단한 고기요리 먹었다고 저렇게 표시들을 하나?'하고 속으로 흉을 보았었다. 언제부턴가 나도 이빨 사이가 많이 벌어져 이쑤시개를 애용하게 되었다. 50여년 사용해온 이빨이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 식사를 하고 나면, '풀, 풀, 풀'을 먹었더라도 이빨사이에 섬유질이라도 끼어 한참동안 이쑤시개로 씨름을 하게 되었다. 고기라도 먹는 날이면 이빨사이로 들어간 고기가 잇몸까지 짓눌러 아프기까지 한다. 주방아줌마가 사장이라고 고기 몇 점을 더 넣어주어도 이제는 건져내어 현 동무에게 선심을 쓴다. 그래서 불현듯 아버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난 국물이면 된다.' 그 때 아버님은 이빨이 시원치 않으셨던 것이다. 늦동이 막내라 철없어 아버님의 마음을 읽지 못했던 것이다. 요즘 우리 직원들이 소고기국을 챙겨줄 때마다 아버님 생각으로 눈물 삼키며 한마디 한다. "난 국물이면 돼." <347-끝> -------------------------- 중국 길림성 화룡시/ 최요안OFS / joahnch@hanmail.net이 게시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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