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비어 작품 중 '행복한 위선자'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주인공 로드웰은 아주 비양심적이고 인색하기 짝이 없는 야비한 사내였습니
다. 사람들은 그의 얼굴만 봐도 불쾌하고 두려워서 피하고 싶어했지요.
이 악인이 어느 날 미엘이라는 순결한 처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로드웰은
사람들이 자기가 무섭고 야비하다는 것을 알고 피해서 도망가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소녀와 결혼하고 싶었던 로드웰은 세상에서 가장 거룩해
보이고 가장 인자해 보이는 가면을 만들어 쓰고 청혼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게 되었지요. 원하던 소녀와 결혼을 하여 잘 살게 된 로드웰은 자기의
본래 성격이 튀어나와 행복한 결혼생활이 위험해 질 것을 염려하여 자신의
야비하고 비양심적인 성격을 애써 누르고 인내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어느 날, 한 친구가 로드웰을 찾아와 아내 앞에서 쓰고 있던
가면을 그만 벗겨 버렸습니다. 이상한 것은 가면을 벗기면 그 아래 야비하고
흉측한 얼굴이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나타난 얼굴은 가면과 똑같이 거룩하고
너그러운 얼굴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09.8/30 평화신문, 이기양 신부님의 '생활속의 복음' 중에서)
우리 프란치스칸들도 사부님의 가면을 쓰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사부님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교회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