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화분
어느해 성탄 전날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군과 외교 분야에 몸담았다가 은퇴한 어느 노부부 집에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찾아와 동백꽃 화분을 내밀었습니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노부부는 낯선 사람의 방문에 어리둥절하며
"누구신데 이렇게 축하를 하시는지요,,,"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이 앞에서 군고구마 장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내외분이 평소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이라 짐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탄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그제야 자세히 보니 오가며 눈인사도 나누고, 노부부만 사는 작은 살림에
고기나 과일 선물이 들어오면 정성껏 싸서 이따금 전한 일이 있는
집 앞길의 고구마 장수였습니다,
노부부는 동백꽃 화분을 받아들고 행복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동안 성탄절에 받은 선물 중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고 합니다,
노부부한테서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 입가에도 행복한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행복은 진정 작은 데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해 그렇지 우리 주변 곳곳에
하다못해 집 앞 골목 어귀에도 '행복의 씨앗'이 뿌려져 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
김수환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