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준비
* 사람의 앞모습과 뒷모습
삶과 죽음은 인생의 양면입니다, 삶이 몸의 앞면이라면 죽음은 몸의 뒷면입니다,
사람의 앞면은 꾸밀 수 있습니다, 얼굴 화장도 하고 또 성형 수술도 합니다, 옷도 여러 가지 맵시 나게 골라 입습니다, 그리고 위장까지 할 수 있습니다, 겉꾸미고 자기 자신과 남을 속일 수도 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행실에 과오가 있더라도 언제든지 뉘우치고 올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나쁜 습관이 있더라도 바로잡아 훌륭한 인품으로 삶을 마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뒷면은 꾸밀 수 없습니다, 자기의 눈으로는 바르게 볼 수 없는 뒷모습은 오로지 타인만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뒷모습은 또 하나의 표정입니다, 실망한 사람은 허리가 구부정한 자세로 걸어가고, 희망이 넘치는 사람은 어깨를 당당히 펴고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뒷모습은 거짓으로 꾸밀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훌륭히 살면 영원히 산다", 훌륭한 죽음은 전 생애를 명예롭게 한다"는 영어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은 죽은 다음에야 그 사람의 참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그 참된 삶의 모습은 죽은 다음에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덕망은 장례식 다음에 향기가 난다", "덕행은 장례 후에도 살아 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에서는 죽은지 5년이 지난 다음에도 그의 생애에 대해 사람들의 칭송이 계속되는 사람이라야 신앙인의 모범으로 공경할 수 있다고 교황이 선언하는 시복[諡福] 절차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죽음 준비가 삶의 준비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로 어떤 모습으로 죽을지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죽습니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습니다, 죽음은 대신할 수도 없고 미리 체험할 수도 없습니다, 죽음 준비는 흔히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죽음은 나이순으로 찾아 오는 것이 아닙니다, 늘 남의 일처럼 여기지만 사고와 중병이 언제든지 나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생각하고 준비하는 교육은 노인이나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입니다,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제대로 산 사람만이 잘 죽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진석[리콜라오]추기경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