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많은 부부들이 혼인 당시 서약한 대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지 못하고
헤어집니다, 사랑의 감정이 식었다는 이유를 댑니다,
그러나 사랑은 감정이나 느낌이 아닙니다, 의지에 속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결심에서 출발해서 그 결심을 지키는 의지로써 지속됩니다,
나치에 저항하다 순교한 독일의 유명한 신학자 본 회퍼는 '혼인에 있어서 사랑이 서약을
지켜주기보다는 서약이 사랑을 지켜준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사랑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면 식어가던 사랑이 자연스럽게
되살아 난다는 뜻입니다, 부부는 자유의사로써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맺어진 사람들입니다,
즐거울 때나, 성할 때나 병들 때나 죽을 때까지 사랑항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귀한 보석일수록 다루기 까다로운 것처럼 훌륭한 배우자일수록 소중하게 여겨서
상처를주지 말아야 하고, 자주 사랑의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손질해서 윤이 나도록
보살펴야 합니다, 있을 때 함께 늙고 죽어서 한데 간다는 것이 부부입니다,
어찌 하찮은 일로 눈을 흘기고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다정한 미소로 무언의 말을 걸기만 해도 서운한 감정이 봄눈 녹듯 풀리는 게
부부사이 아닙니까?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정은 모든 사랑의 출발점입니다, 가정에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이웃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
김수환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