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인간의 혼을 울릴 수 있는 말이라면
무거운 침묵이 배경이 되어야 한다,
침묵은 모든 삼라만상의 기본적인 존재 양식이다,
나무든 짐승이든 사람이든 그 배경엔 늘 침묵이 있다,
침묵을 바탕으로 해서 움트고 잎이 피고 꽃과 열매가 맺는다,
우리는 안에 있는 것을 늘 밖에서 찾으려고 한다,
침묵은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시간이나 공간에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늘 내 안에 들어 있다,
따라서 밖으로 쳐다보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안으로 들여다보는 데서 침묵을 캐낼 수 있다,
침묵은 자기 정화의 지름길이다,
온갖 소음으로부터 우리 영혼을 지키려면
침묵의 의미를 몸에 익혀야 한다,
법정스님 잠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