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이파리
90년대 미국에서 살 때 있었던 일,
차가 없었기에 자전거로 학교를 통학을 하였습니다, 차가 다니는 지름길이 있었지만,,
한적함과 풍경을 즐기기 위해 왕복 1시간 반이 걸리는 공원길로 통학을 하였습니다,
빼어나지는 않아도 아주 작은 계곡이 있고 이파리가 무성한 한 여름이면 태양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활엽수 나무들이 늘어선 공원길이었습니다, 10월 말, 11월 초가 되면 절경을 이룹니다,
그렇게 색갈들의 향연을 즐기며 통학하던 어느 날,
게절에 맞지 않게 생뚱맞게 그리고 느닷없이 비가 내린 11월의 어느 날,
학교를 가기 위해 숲길을 접어드니 어제까지 그리 아름답던 이파리들이 폭풍우로 길바닥에 나딩굴고 있었습니다, "빌어먹을 비바람"하고 한꺼번에 그 모든 아름다움을 앗아간 바람을 원망하는 순간, 비바람이 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떨어질 때가 된 것이고, 이파리들은 자기의 때에 순종을 한 것입니다, 비바람에 폭행을 당한 것이 아니라 자기 때에 기꺼이 순종한 이파리,
이것은 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능가하는 영성적 아름다움이고 생성의 아름다움을 능가하는 소멸의 아름다움 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미련 없이, 서슴 없이, 가차 없이 자신을 떨굴 수 있는지!
그때 이후, 저는 '11월 이파리'에서 매번 세월의 순종을 배움니다,
김찬선[레오나르도] 신부
나그네와 순례자처럼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