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맹세를 하지 마라, [마태오 5.34]
갑옷이란 누구의 육체든 모두 약하고 보잘것없어
상처받기 쉽다는 사실을 서로 알리는 표지라고 한다,
그러니 몸의 보호보다는 공포심을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갑옷으로 단단히 무장하는 버릇이 생기지 않았는가?
지위가 높을수록 금은 가죽의 갑옷을 입는 것은
오히려 공격의 집중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허세가 아닌가?
황금투구를 쓴다고 해서 두뇌가 한층 더 명석해지고
탁월한 전략이 나오기라도 한단 말인가?
황금 칼이 강철 칼보다 더 강하기라도 하단 말인가?
마음에 진실이 없다면 말은 하나같이 거짓말일 뿐
수없이 맹세를 거듭한들 무익한 갑옷과 같은 것,
허위가 진리로 둔갑할 리도 없고
오히려 위장하는 마음만 키울 것이다,
절세의 미녀는 화장하지 않아도 더없이 아름답듯이
진실한 말은 맹세로 치장할 필요가 전혀 없지 않은가?
긍정할 것은 긍정하고 부정할 것은 부정하면 그만,
하늘과 땅, 성전과 성서에 걸어 어찌하여 맹세하는가?
인간의 자존심을 그토록 경솔하게 내팽개치려 하는가?
일생을 가난하게 살기로 결심했다면 그렇게 살아가라,
그러나 다른 사람 앞에서 청빈을 맹세하진 마라,
일생을 순결하게 지내겠다면 순결을 지켜라,
그러나 어떠한 예식으로든 그러한 맹세는 하지 마라,
자선서업에 헌신하겠다면 조용히 남몰래 실천하라,
그것만으로 아니, 그것만이 충분한 것이다,
복음을 전파하겠다면 모든 것에 대한 욕망을 버린 채
자신이 먼저 복음을 실천하고 부지런히 가르쳐라
그러나 아무것도 맹세하지는 마라, 부질없는 짓이다,
아니, 거룩한 일에 대한 맹세일수록
더 큰 허영과 이해타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를 따른다면서도, 나를 지성으로 섬긴다면서도
결국 너희는 나의 말을 실천하지 않을 것이다,
시로 읽는 복음서
사람의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