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을 내려 주시는구나
은총을 내려 주시는구나,
야속하다 싶을 만큼 묘하게
표 안 나게 내려 주시는구나,
슬쩍 떠보시고 얼마 있다가
이슬을 주실 때도 있고
만나를 주실 때도 있고
밤중에
한밤중에
잠 못 이루게 한 다음
귀한 구절 하나를 한 가닥 빛처럼
내려보내주실 때도 있다,
무조건 무조건 애걸했더니
이 불쌍한 꼴이 눈에 띄신 모양이다,
얻어맞아도 얻어맞아도
그저 고맙다는 시늉만을 했더니 말이다,
시늉이건 참이건
느긋하게건 절대절명에서건
즉시 속속들이 다 아신다, 다 아신다,
그러니 오히려 안심이다,
벌거벗고 빌면 그만이다,
은총을 내려 주시는구나, ~시인 성찬경~
우리도 '얻어맞아도 얻어맞아도 그저 고맙다는 시늉' 이라도
할 요량으로 딴 생각 말고 감사드려야 한다,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기도는 "그저 감사드리는 것"이다
무지개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