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다른 때 같으면 사부님 대축일 미사에 참례하는 일이
일상이었으리라.
그리고 생각나는 지인들에게 사부님의 축일 인사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으리라.
교구의 성경잔치 행사 준비로
오늘 하루를 어수선하게 보냈으니
올해에 사부님의 축일을 특별하게 지냈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그래도 차마 그냥 지날 수 없어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며
조용히 사부님의 축일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자신에게 철저하고 남에게 너그러웠던 사람!
사순절에도 고기를 먹었다며 자신의 위선을 드러태려 애썼던 사부님은
어떤 동료와 함께 있어도 그를 스승으로 모시기를 마다하지 않았지...
그런데 나는 오늘, 서울 신학교를 나온 어떤 자매가 성경에 대해 아는 척을 하자
나도 모르게 코웃음을 치며 그녀를 내쳤지만 결국 그 자매의 말이 옳았지...
사부님은 하느님의 말씀이 적힌 종이만 보아도
말씀에 대한 공경 때문에 그 종이를 함부로 하지 않았지...
그런제 나는 오늘, 마치 말씀이 내 것인양 치울 것과 버릴 것과 취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며 다른 사람들을 비웃었지...
형제들에 대한 사랑은 지원자가 배고파 죽겠다고 울었을 때
잠자는 형제들을 깨우고 지원자와 같이 앉아 무안하지 않도록 밥을 먹어 주었었지...
그런데 나는 오늘, 일이 서투른 자매들이 지쳐 주저앉고 싶어하는 것을 보면서도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어, 저렇게 하는 것이 좋겠어 하며 그들의 피곤에 아랑곳 하지 않았지...
사부님의 축일을 백번을 축하한들
내 안의 내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회칠한 무덤 같은 내 모습에 한숨과 슬픔마저 일어난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신앙이기에
오늘의 나를 사부님의 축일에 반추해보며
힘겨운 발걸음을 일으켜 내일도 이 부족한 여정을 계속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