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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평화!

프란치스칸들에게 포르치운쿨라는 삶의 요람이다.
수도회가 창설될 당시에 형제들이 머물던 장소이기도 했지만
성 프란치스코가 귀천할 때도 포르치운쿨라는 프란치스코와 함께 있었다.

포르치운쿨라는 '작음'이라는 뜻으로
천사들의 성 마리아 성당을 그렇게 일컫는다.
포르치운쿨라 축일은 8월 2일이다.

작은형제회 창설 후 800년이라는 역사 안에서도
포르치운쿨라는 프란치스칸들에게 삶의 요람이다.

아씨시 외곽 움브리아 평원에 위치한 포르치운쿨라 주위는
프란치스코 당시에 떡갈나무 숲이었다고 그의 전기작가 토마스 첼라노는 말하고 있다.

전기작가들은 프란치스코가 유혹을 이긴 여러 일화를 전해주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포르치운쿨라 떡갈나무 숲에서 욕정을 이긴 유혹 이야기이다.

유혹을 이기고 난 프란치스코에게 예수님과 성모님이 나타나
은사를 주겠다고 약속하시어 프란치스칸 모두에게 주어진 은사가
포르치운쿨라 전대사이다.

우여곡절이 있지만
800년 정도의 전통을 지닌 포르치운쿨라 전대사는
단순히 기도문을 외고 은사를 받는 형태가 아니라
도보 순례를 하면서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보속하며
세상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이 모여
고해성사와 미사, 영성체를 하고 전대사를 받기 위한 기도로써
교황님의 의향대로 사도신경 주모경을 바치고
전대사 강복을 받는다.

처음부터 이런 순례 형태를 띤 것은 아니었으나
도보 순례는 교회 전통적 순례 형태이기도 하고
회개와 보속을 하려는 프란치스칸들의 신심이 자연스레 도보순례가 되었으리라.

이번에 한국의 프란치스칸들(1회와 3회)도 8월 1-2일 포르치운쿨라 도보 순례를 하면서
이 회개의 여정에 동참했다.
나 역시 이 행렬에 함께 했다.

한국에는 프란치스칸 성당이 여러 곳 있다.
그 중 대전 목동성당은 한국프란치스칸들의 요람이기도 하다.
제일 먼저 세워진 프란치스칸 성당이기 때문이다.
이 전대사는 프란치스칸 성당 어디에서나 가능하지만
우리는 올해 대전 목동성당을 순례지로 잡고 순례 여정을 시작하였다.

순례 여정은 지성(치성), 정화, 은혜의 영적 여정을 걷는 순서로 이어졌다.

먼저, 지성 또는 치성의 시간은 집에서부터 하는 마음의 준비로 시작하여
도보 순례로 그 절정을 이루었다.
많게는 15Km, 적게는 4Km를 묵주기도와 침묵으로 걸었다.
러시아에서 온 친구들은 심지어 속초에서부터 1주일을 걸어 이 포르치운쿨라 여정을 준비했다.
걷는 것은 참으로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나는 애증을 토해내는 작업을 시도해보았다.

저녁 8시에 모여 찬미로서 회개의 마음을 올리며
정화의 시간을 가졌다.
회개를 위한 주님의 영의 순례라는 강의와 참회예절 그리고 고해성사...

참가 순례자 700여명 모두가 18곳에서 고해성사를 보았고
고해성사가 끝나자 순례자처럼 장판 하나 깔고 자는 하루밤!
성체조배를 하며 밤을 새는 사람들,
영적 여정의 친구들과 밤을 지새는 사람들,
순례자의 하룻밤이 너무 소중해 가난한 이들의 소유없음이 행복한 사람들,
그 어느 곳도 주님 주신 잠자리가 아닌 곳은 없었다.

새벽 여명이 트자 순례자들은 육개장 한 그릇 달랑 들고
삼삼오오 아무 곳에나 모여 800년 전 프란치스코가 거렁뱅이 생활을 하던 모습 그대로
길가에 앉아 행복한 조반을 먹었다.
주시는 대로 주신만큼 얻어먹는 행복이라니...
이것이 프란치스코가 체험했던 선하신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신뢰가 아닌가!

주님의 영으로 닦여지는 내 육의 영은
정신적 사유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며
성수예절로써 정화의 시간을 마쳤다.

이제 은혜의 시간인 미사의 말씀 전례...
거룩한 걸레라는 강론에서 걸레는 빨아야 쓸모가 있다는 말씀은
우리가 주님의 도구로서 얼마나 많은 회개의 시간들을 가져야 하는지를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성찬전례...
주님은 조반보다 더 작고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어
우리 안에서 커지시고 기쁨의 환호소리로 함께 하셨다.

주님의 영이 내 안에 기뻐하며 주님을 모시러 가기 전,
우리는 진정으로 평화를 비는 기쁨과 축복의 시간을 길게 가졌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었다.
모두가 서로를 축복해 주었고 사랑하였다.
모두가 서로가 있음에 감사해 했다.
그렇게 주님은 기쁨이 충만한 우리 안에 작음으로 오셨다.

님만으로 더 바랄 것 없는 가난이 우리를 충만케 하고
우리는 주님과의 내적 닮음의 시간을 가지며
은혜의 시간을 채워나갔다.

오 감미로운 당신이
당신의 은혜로 나를 감미롭게 하시니
내 마음이 부딪치는 바람에도 나는 그저 정갈하더이다.

형제들의 웃음소리 담을 넘어 세상으로 흐르고
주님의 사랑은 그 안에 맥이 되어
우리를 이끄시더이다. 아멘.

이제 이 순례는 여기서 끝나지 않으리라.
전대사를 받기위한 축일행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회개와 보속의 시간들이 삶으로 이어질 것을 다짐하고
선하신 하느님의 뜻에 나를 봉헌하는 삶을 살리라고 걸음을 뗀 시작이리라.

내년에는 좀 더 마음의 준비를 잘하고,
도보 순례 보속을 길게 가져보겠다는 다짐도 야무지게 해본다.

시몬

2008.08.06 18:25:12
*.152.186.165

+평화를 빕니다 !

포리치운쿨라인 대전에살면서 내안에 보석을 안고살면서 나와함께 걷고있는 주님을 알아보지못하고 살아가는 대전지구형제제들에게 이번 축일 행사는 너무나 큰역사의 기원을 이루었습니다
아니 전국적으로 프란치스칸의 새로운 회개와 새로운 삶의 길잡이가 되었다고 봅니다.

감사하고 고맙게생각합니다. 또한 좋은 말씀으로 발자취를 남겨주신 스테파노 형제님께도 깊은 존경을 드립니다.

베로니카

2008.08.06 18:25:12
*.38.41.130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수고하신 많은 형제 자매님들, 수사님, 신부님들께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온 깊은 존경 드립니다. 내년엔 저도 여름의 휴가를 도보로 순례하며 회개와 정화의 기회를 가져보려 합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 글 남겨 주시어 그 감동을 새롭게 할 수 있게 해주신 스테파노 형제님 정말 감사합니다.
프란치스칸으로 살아 갈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주신 것 같고, 굉장한 뿌듯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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