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활성화하자
비운의 복서 최요삼은 우리에게 슬픔과 희망을 동시에 던지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사각의 링을 주름 잡던 챔프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서 자신의 장기를 꺼져 가는 생명들에게 내준 아낌없는 나눔 정신에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사람이 남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기부는 돈도 명예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뿐인 생명을 구해 주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활인을 업으로 삼은 의사들이 고금을 통해 존경받는 것이며, 불가에서도 생명 보시를 성불을 위한 육바라밀의 으뜸으로 꼽는 것이다.
최요삼은 그렇게 영웅의 모습을 남기고 갔지만 남아 있는 우리의 생명 나눔 실태는 고인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국립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장기 이식 희망자 수는 2만 47명으로, 뇌사로 인한 장기이식 가능자수(148명) 의 14배에 달한다. 연간 장기 이식자 수도 인구 100만 명당 3.1명으로 세계 최고인 스페인(30명) 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 환경 사에 기록될 ‘태안 자원봉사활동의 기적’을 만든 나라치곤 너무나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여기엔 죽어서도 몸뚱이를 아끼는 우리네 유교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는 유족들의 반대로 장기기증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선진국들에 비해 까다로운 행정 절차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 번에 뇌사판정위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따른다.
새 대통령 당선인은 올해를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했지만 선진국이 어디 등 따습고 배부른 나라만을 뜻하는 것인가.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하는 나눔 정신이 넘치는 곳이야말로 진정한 선진사회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기 기부 운동의 확산은 새 정부의 선진화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 하겠다. 올해는 쥐의 해다. 12간지 중 쥐는 생명력과 파급력에서 단연 으뜸이다. 새해 벽두 우리 곁을 떠난 최요삼의 숭고한 나눔 정신이 들불처럼 퍼지길 기대한다.
- 중앙일보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