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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창보자료

[환경]유전자 조작의 현실과 생명윤리

조회 수 9062 추천 수 0 2004.06.14 13:35:30
한 징택 교수(서강대 생명과학과)



저는 과학, 그중에서도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사람입니다. 과학분야와 의학분야에서 현재 연구되고 또는 응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유전자 변형의 범위와 그에 대한 많은 과학자들의 기대는 어느 정도인지 현실에 대하여 주로 알아보려합니다. 이렇게 과학안에서 진행중인 기술개발이 어떤 것인지 적어도 그 기본 사항은 우리가 생명 윤리를 논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할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진행상황을 이해해야지만 우리는 지구의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가톨릭 교회내의 목소리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설명드리는 것은 유전자의 변형 내지는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생명체에 관한 것들이며, 현재 사회적으로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과 심각한 찬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들 모두를 포함합니다.

유전자 조작이란
우선 유전자 조작이란 무엇인지 부터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35억년 전부터 존재했던 조상 생물체로부터 변화되고 또 변화되어, 또는 진화되고 진화되어 지금과 같이 다양한 생물체가 생겨났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생물체는 공통 조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하등한 생물체라고하는 대장균과 가장 고등하다는 사람 사이에도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중 핵산이라는 물질은 우리가 DNA(디엔에이)라고 부르는 물질인데 이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로, 대장균에도 사람의 세포에도 존재합니다. 핵산은 우리 몸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여러 단백질을 만들게 하는 정보를 담고있는데, 부모가 자식에게 이 물질을 거의 비슷한 형태로 넘겨주기 때문에 자식은 부모와 많이 닮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장균의 자식은 대장균이 됩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그 핵산의 정보에 따라 여러 과정을 거쳐 단백질을 만들며 만들어진 단백질은 몸의 여러 기능을 나타냅니다. 그러한 것중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 우리가 보는 유전 현상들입니다. 쌍꺼풀, 늘어진귀밥, 붙은 귓밥, 그리고 천식이 있고 없고, 암에 걸릴 소지가 있고 없고 등까지 많은 부분이 유전자의 정보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러니까 그 유전자를 바꾸면 이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바뀝니다. 그러면 유전현상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유전 물질은 대장균이나 사람에서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의 유전자를 뽑아 대장균에 넣어주면 그 대장균은 사람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핵산을 다루는 일련의 과정을 우리는 유전공학 (Genetic Engineering)이라 합니다.

유전자 조작에 따른 일
이제 넓은 의미의 유전자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일을 설명하겠습니다.
그 일들을 설명하기 좋도록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겠습니다.


첫째가 유전자 조작에 의한 형질 전환입니다.
아주 간단하고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성공적인 사례는 사람의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생산입니다. 이 호르몬은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집어넣어 박테리아가 인슐린을 만들도록 하여 얻습니다. 이 방법으로 성장 호르몬이나 인터페론을 생산해 낼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전자의 일부를 바꿔 넣어주는 형질전환을 식물에게 적용한 예는 병충해에 강한 식용작물들입니다. 특히 잡초제거에 사용하는 제초제는 식용작물도 죽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초제에 견디는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식물에 넣어주면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않는 콩, 옥수수, 목화 등이 만들어집니다. 그중 콩이 요즈음 유럽 환경단체에서 문제 삼고 있는 것들입니다. 또한 품질 향상을 위해서 좋은 기름을 만들 수 있도록 식물체 자신의 유전자를 변형한 유채, 야자 등이 있고 잘 상하지 않는 저장성 좋은 토마토 (FLAVA SARVA)는 무르지 않도록 유전자를 변형시켜 만든 토마토로 1994년부터 시판되어 이미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외에 잘 시들지 않는 꽃과 곤충에 대한 저항성을 나타내는 식물, 균에 대한 저항성을 나타내는 식물등 미국의 한 회사에서만 벌써 2,700여 형질전환 식물이 야외에서 실험 재배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아직 시험단계에 있지만 중금속을 처리하는 형질전환 식물이 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둘째로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생명복제가 또 하나의 유전자 조작 분야입니다.
생명복제란 유전적으로 똑같은 동물을 여러 마리 생산해내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것은 자연 상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즉 일란성 쌍둥이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복제입니다. 이들 쌍둥이는 정확하게 같은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고 장기이식이 아무 문제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대상들입니다. 이러한 점들에 착안한 것이 요즈음 행해지고 있는 복제의 기본 개념입니다. 우수한 (인간의 관점에서) 개체, 예를 들면 젖을 많이 내는 젖소, 아주 크게 자라 고기를 많이 생산하는 돼지 등과 같이 유전자를 똑같이 갖는 쌍둥이들을 자꾸 만들어 이용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만드느냐하면 우선 식물과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필요한 유전인자를 동물의 세포에 넣어줍니다. 그리고 사람에게 필요한 산물이 잘 만들어지는 개체를 다시 여러 마리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태어난 송아지들이 이미 우리 나라에도 있습니다. 그 이름을 영롱이라 합니다. 만드는 방법은 시험관 아기를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나, 원래대로의 알과 정자가 수정되는 대신 이미 원하는 특성을 가진 개체의 핵을 알에 넣어 시험관 아기를 만들 듯 대리모에 넣어 자라도록 합니다. 지난 번 복제양도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과정중 알이 여러 개의 세포로 분열하였을 때 - 4개내지 8개의 세포- 이들을 인위적으로 떼어내어 각각 자라도록 하면 똑같은 유전 물질을 갖는 여러 개의 생명체가 태어납니다. 이 방법은 상당히 고등한 동물인 원숭이에게도 시도하어 성공했으며, 아직은 아니지만 이 똑같은 기술이 사람을 복제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예측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이와는 다르나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갖는 알 (복제 embryo)을 자라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복제의 초기 단계에서) 알로부터 세포를 떼어내어 손상된 장기에 이식하면 손상된 장기의 일부로 자라나 손상된 장기를 고칠 수 있다는 기대인데 이러한 실험도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비슷한 기술을 사용해서 뱃속에 든 아기의 유전병이 확인될 경우 아기의 유전자를 고쳐주는 치료법이 개발중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러한 일들을 하려고 오래 전부터 노력했으며 엄청난 투자를 해왔을까요


다음이 유전자 조작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유전자 변형 내지는 생명체의 조작을 사람을 위하여 시작했다. 즉 지금까지 모든 학문과 기술은 사람에게 필요한 에너지 제공, 사람을 건강하게, 그리고 편리한 생활을 하도록 방향이 설정되었고 그의 연장선상에서 생명체를 이용한 더 놀라운 기술이 존재하다." 식물체의 유전자 조작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이유로 그의 당위성을 이야기합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60억의 인구가 있고 그 인구의 50%는 식량 부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따라서 식량의 증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하여는 비료와 농약의 사용이 증가하고 비료와 농약에 의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지금 과학자들이 시도하는 방법, 즉 유전자의 변형에 의한 오염문제의 해결과 식량의 증산이 필수과제이다. 현재 곤충을 죽일 수 있는 독성을 가진 유전자 재조합 목화는 1996년 이후 사용되어 농약의 사용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보고되었고, 또 저장성 좋은 과일은 오래 저장할 수 있어 경제성이 좋다. 또한 사람이 먹어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라고 합니다. "사람의 복제는 반대하는 사람들도 인간의 유전자를 집어넣어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조직의 일부를 만드는 동물의 복제나 직접 아기로 자라지는 않지만 아기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의 복제씨 (human embryo)로부터 만들어질 이식세포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의 배는 사람이라 간주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이기 때문에 다 자란 복제 아기에서 이식할 장기를 떼어 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한가지 언급할 일은 미국에서는 1990년부터 인간의 유전자를 모두 알아내려는 human genomeproject가 진행되어 2002년경이면 사람의 모든 유전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알려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 사업에 약 30억불, (우리 돈으로 3조 6천억원)이 투자된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도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약 9,000억을 비슷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 또한 "우리가 이미 상용화한 유전자 조작물에 대한 우려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것을 먹거나 또는 사용하였을 때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게 조사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간 염려할 수 있는 것은 목화가 가지고 있는 독성에 저항성을 가지는 곤충이 생겨나면 다시 유전자 조작을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과 자연 환경에 변형된 유전자가 유입되어 나타날 생태계에서의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 지구의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과 농약을 적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또 고치기 어려운 난치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유전자 조작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상이 그대로 전하는 현시점의 대다수의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환경주의자들이 나타내는 거부감을 그대로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는 막연한 거부감이나 공포감을 줄뿐이니까요. 더구나 여러분은 스스로의 선택과 상관없이 벌써 상품화한 유전자 조작의 결과물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아이들의 키를 크게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성장 호르몬, 요즈음 수퍼에서 살수 있는 잘 상하지 않는 토마토, 수입해온 콩의 대부분은 유전자 조작의 산물 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냥 이 상태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동물이나 식물은 우리 인간이 사용하는 것이지 우리 인간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니 상관없고 인간의 복제만 막으면 되는 걸까요?그리고 인간에 유익하다 생각되는 유전자 조작은 어디까지 문제가 되는 걸까요?

이 질문들은 간단히 대답하기에는 너무 여러 요인이 작용하여, 당혹감을 느낍니다. 단순화시킨 질문을 다시 해볼까요? 대장균이 만든 성장호르몬을 나의 키 작은 아들에게 주사하는 건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이 마실 우유를 충분히 얻기 위해 소위 공장식 축산농장에서 엄청나게 큰 젖가슴을 키운 젖소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인간 성장 호르몬을 자신의 몸속에서 생산하여 수퍼돼지로 자라고 있는 그 돼지에게는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만약 그들이 없어 아이들이 마실 우유와 먹을 고기가 없다고 한다면요? 우리가 먹을 농작물을 갉아먹기 때문에 약을 쳐죽여 없애야 하는 벌레를 죽이는데, 농약을 안 써도 된다면 좋은 방법이 아닌가요?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재고해 보아야 합니다. 정말 전세계적으로 절대량의 식량이 부족한가요? 우리는 정말 꼭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먹나요? 그런데도 고기가 부족한가요? 아들의 키는 꼭 남들만큼 커야 하나요? 그리고 채소밭의 벌레는 우리 야채를 축내는 해충일 뿐인가요?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그들과는 관계없이 살 수 있는 완전한 존재인가요?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태도를 분명하게 해야할 필요를 느낍니다.

무엇이 생명윤리인가? 어느 생명에까지 우리는 윤리라고 하는, 마치 죄의식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연결시켜야 하는가 말입니다. 우리들은 우리가 생명체에 가하는 유전자 조작에 대하여, 가장 기본부터 우리의 태도를 결정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왜 그러한 유전자 조작이 필요할까요? 꼭 필요한가요? 우리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의 생명체를 돌보도록 임명받은 청지기인지? 아니면 모든 생물을 소유하여 인간의 취향대로 새롭게 창조하는 이 위의 주인인지요? 혹시 우리는 지금 35억 년이라는 긴 시간을 걸려 생명을 탄생시키고 또 진화를 통해 우리 인간을 세상에 살게 하신 하느님의 역할을 대신하는 건 아닐는지요?

그에 대한 답은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 보면서 얻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지구 위의 60억을 먹여 살릴 식량이 어떻게 태워지고 썩어가고 있는지. 우리는 유전자조작에 대해 생각하면서 근본적인 삶의 태도 즉 환경윤리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환경윤리의 뿌리는 철저히 종교적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환경윤리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고, 생선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오천명을 먹일 수도 있다는 것을 믿고, 내가 내놓은 똥과 내어놓은 더럽혀진 숨이 다시 밥이 되어 내 몸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인정하고 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렇게 살 때 여러분은 위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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