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보내며"
전주지구 봉사자 : 심연무(아우구스티노)
몇 년 전에 개인적인 지향을 두고 간절히 기도를 드린 일이 있었다. “너희 가운데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느냐?(루카 11, 11)는 말씀을 생각하면서 정말 열심히 기도했다. 그런데 바라는 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마음은 괴롭기 그지 없었다.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주변 사람들의 비웃는 듯한 눈초리가 못 견디게 힘들었다.
지금까지의 신앙생활에 회의감이 들면서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는 영적 방황이 시작되었다. 외우는 기도문은 생소하고 공허한 울림으로 내 귀로 되돌아오고, 아무런 느낌도 없는 기계적이고 메마른 소리의 반복에 불과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에 샤를 드 푸코의 영적 수기인 「사하라의 불꽃」을 읽는데 그 중에 “우리가 원하고 구한 것이 주어지지 않은 것은 신앙이 부족하였든가 너무 적게 기도했든가 아니면 우리의 청이 들어 허락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것이었든가 또는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더욱 좋은 것을 주실 작정이어서든가 하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이 있었다.
순간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가 있었다. 사실 그 당시 나에게는 내가 원했던 그 한 가지만 빼놓고는 나름대로 별로 부족한 것이 없었다.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건강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모든 면에서 원만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출세라는 욕망의 덫에 걸려 퍼덕거렸으며 자비로우신 주님께서는 그 사슬에서 나를 풀어 주셨던 것이다. 가진 것에 대한 감사보다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탐욕에 눈이 멀어있던 나를 구해 주셨던 것이다.
마침 그 무렵이 사순절기간이라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는데 제1처에서 주님은 다시 한번 나를 깨우쳐 주셨다. 하느님인 내가 인간들의 엉터리 같은 판결에도 순종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누구를 원망하며 미워하겠습니까? 그리고 당신이 갈망하는 그것이 당신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리라고 확신합니까? 나는 당신을 위하여 광야에서 세 가지 유혹을 이겨냈습니다. 주님께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타이르시는 것 같았다. 정말 마음의 평정과 기쁨을 느끼며 그분의 자비하심에 감사를 드렸다. 그러나 그 후 나는 배신자가 되어 또 다른 세속적인 욕망들에 충실하며 살아왔다.
이제 은총과 보속의 시간인 사순절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배신의 죄를 씻어버리고 하느님의 현존하심과 그분의 사랑을 더 느끼고 감사하며 되갚아야 할 때이다. 참 좋으신 아빠, 아버지를 믿지 못하고 이기적인 욕망에 빠져 제멋대로 살아온 나를 죽여야 한다. 이제 진정으로 세리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루카 18, 13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