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때가 차면 어김없이 물러서고 다가옵니다.
사람처럼 미련을 지녀 미적거리는 법도 없고,
잔꾀를 부려 슬쩍 건너뛰는 일도 없습니다.
가을은 낙엽과 함께 찾아 듭니다.
발 끝에 스치는 낙엽을 밟으며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시간의 나그네임을 실감 합니다.
이제 땀 흘려 씨 뿌렸던 이들은 기쁨으로
자기의 수확물을 거두어들일 것입니다.
바람에 날려 오는 종자를 위해 우리의 가슴 한 구석을
휴경지로 남겨 놓고 날아오는 철새를 위해
약간의 숲을 남겨둔다면 ......
기다리지 않는 그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신을 위해 제단을 쌓는다면, 우리의
가을은 정녕 알차게 영글어 갈 것입니다.
<김종남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