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재속성과 관련하여 한가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라틴어 명사 ‘saeculum’으로부터 세속화라는 용어 ‘secularizatio’이 유래합니다. ‘
saeculum’ 단어는 본시 ‘세대’(世代)를 뜻하고
조금 더 변화된 의미로서 ‘인간연령’ 내지 ‘세계연령’을 뜻하기도 하면서
일반적으로는 ‘시대’나 ‘세상’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세상’의 의미로서 ‘saeculum’은
공간적 ‘세계’를 뜻하는 단어 ‘mundus’(그: κοσμος; 영: world)와는 달리
창조로부터 시작하여 종말을 향하는 역사현실의 차원을 뜻하고 있어서
그리스어 ‘αιων’이나 영어 ‘age’에 해당됩니다.
‘saeculum’으로부터 유래하여
‘시간적’이나 ‘세상적’으로 번역될 수 있는 형용사 ‘saecularis’도 같은 의미로 이해될 것입니다.
* 이상은 심상태 몬시뇰께서 그리스도사상연구소 잡지에 기고하신 글의 일부입니다.
이 부분을 읽고 얼른 묵상할 수 있던 것은
지금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프란치스칸이라는 생각과
시대적 사명이 무엇인지,
내가 있는 이 곳, 가정, 형제회, 본당 등이 얼마나 소중한 부르심인지
그리고 현재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이 시대의 삶 속에
살아있음이 얼마나 기적같고 신비로운 일인지
이런 신비로움 가운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로운지
몇몇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나와 인연이 닿아 있는 모든 분들,
그 중에서는 좋은 관계도 있지만 어설프고 안타까운 관계도 있는 그런분들 모두가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를 새삼 묵상해 봅니다.
재속성이라는 것이 공간적 의미의 세상을 넘어 시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니까
더욱 더 삶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세상은 '모든 사람이 살고있는 사회를 통칭'하는 단어이니 어차피 공간안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진보 또는 퇴보)되고 있고요. 세상의 한 부분인 우리 재속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작은형제회와 재속회의 역사를 보면 참으로 많은 영고성쇠가 있었고, 그 중에는 세상의 흐름을 읽지못하고 역행을 하다가 혼란과 갈등을 자초한 경우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그것에 부응하려면 늘 열린 마음과 깨어있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하겠지요.
최근 작고한 두명의 전직 대통령도 나름대로 세상의 흐름을 잘 타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만, 저는 이들에게서도 어쩔수없는 인간의 한계, 영욕이 점철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 같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시간' 앞에 '인간의 시간'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세상만물 가운데 인간만이 하느님의 시간에 순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 안달하고 바둥대고 발버둥치다가 결국엔 실망하고 좌절하면서 나락에 떨어진다고 하던데---. 잠깐만이라도 무시무종, 영원불변, '천년도 하루'같은 하느님의 시간을 살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