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크리소스토모가 로마 황제로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을 포기하라는
엄명을 받았을 때의 일입니다.
그가 끝까지 신앙을 포기하지 않자, 로마황제는 그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린 후 신하
에게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크리소스토모를 아무와도 대화하지 못하게 고독한 개인감방에 집어 넣어라."
그러자 신하가 울상을 하며 대답했습니다.
"황제님, 크리소스토모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
지요. 만일 그를 거기다 가두어 넣더라도 혼자 있는 게 아닙니다.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으면서 중얼중얼 할 것입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예수 믿는 사람은 하느님과
함께 이야기를 한답니다. 그러니 혼자 두게하면 그에게 좋은 일만 하는 셈입니다."
황제가 다시 명령했습니다. "그렇다면 극악무도한 죄인들이 있는 감옥에 집어넣어라!"
신하가 고개를 흔들며 다시 대답했습니다.
"황제님, 그건 더욱 안 됩니다. 그 사람은 오히려 선교할 기회가 생겼다고 매우 좋아할 것
이며, 얼마 있지 않아 그 감옥의 사람들은 모조리 그리스도인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에게
는 그런 이상한 힘이 있어서 극악무도한 악질 죄인도 변화시켜 오히려 상급을 받게 해 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황제가 노발대발했습니다. "그러면 그 놈을 내어다 목을 쳐라! 지금 당장!"
신하가 사색이 되어서 다시 말하기를, "아이고 황제님,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그들 그리스도
인의 제일 큰 영광으로 삼는 것은 순교입니다. 그러기에 예수 믿는 사람 중에는 처형당 할 때
두려워하거나 우는 사람을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얼굴에 광채가 나고 기뻐한답니다. 그것이
야말로 그에게 제일 좋은 것을 안겨주는 셈입니다."
그러자 황제가 고함을 질러댔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냐? 아이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황제의 골칫거리가 바로 요한 크리소스토모였으며 그리스도
인이었던 것입니다. 이는 오늘도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누리는 역설
적인 특권이기도 합니다. (차동엽 신부의 '복음묵상' 중에서)
술탄의 병사들이 죽인다고해도 술탄이 온갖 금은보화를 준다고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부님 같은 사람이야 인간들이 어찌할 도리가 없지요.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킬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마태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