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과 그림자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 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의 띠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 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뒤엉킨 실타래
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소주를 벗 삼아 물 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철물점에 사서/ 쳥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돼, 아빠! 안돼"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위의 시, '집시의 기도'는 1998년 사업에 망하고 노숙인으로 전락한 장금(1949년생)씨가
노숙하는 신세를 한탄하다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으로 노숙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시입니다.
장씨는 작년 2009년 6월1일 부천 대성병원에서 숨을 거뒀고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돼
벽제화장터로 갔다고 합니다.
평소에 나는 절대로 노숙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인양 교만한 마음을 갖고 살다가 이 시를 읽고
나서 나도 자칫하면 노숙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더욱이 프란치스칸이라면 남이 겪는 불행도 내 것처럼 생각하여 도와주려고 노력해야겠지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
이다(마태 2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