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눈으로 보는 세상
‘묵당’, 그 곳으로 가는 길은 마음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처럼 구불거리는 산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는 외길이었습니다.
묵주기도를 하며 빛바랜 나무푯말 하나만을 의지삼아 걸어내려온 형제들을 맞이한 성당은 꾸밈과는 거리가 먼 단순함 그 자체인 곳이었습니다. 물론 먼길을 달려온 형제들을 맞이하는 수사님들의 따뜻한 배려가 성당 바닥에 깔려있는 푹신한 방석아래 절절 끓고 있었지만요.
강의가 끝나고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한다는 수도회 신부님은, 하느님의 자녀란 겉모습으로 구별될 수 없는 것이므로, 우리들 역시 하느님 자녀로 잘 살기 위해서는 하느님 말씀을 자연스럽게 생활 안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깨끗한 물방울이 계속 떨어져야 그릇에 담긴 물도 깨끗한 상태로 보존되듯이, 우리의 올바른 선택과 선의의 노력이 마중물이 되어야만 하느님이 주신 우리의 영이 완전한 기쁨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을 하느님의 선물로 늘 새롭게 보는 능력을 길러야만 한다고 합니다. 이 능력은 매 순간 내 존재가 더 낮아져서 가난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느끼고 감사하며, 판단하고 분별하고자 하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찾아오는 천국의 기쁨이라는 말이겠지요.
또한 우리들은 서원을 하고 서약을 했으므로 영을 정결하게 해야한다고 합니다. 육신 안에 있는 하느님의 영을 정결하게 해야 하느님을 드러내는게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더불어 단순한 기도와 복음 묵상을 통해 ‘마음과 정신과 뜻과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 그대로 기도 안에서 순명하는 자세를 익힌다면, 하느님의 영이 우리를 부활시키실 것이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정성껏 준비된 점심을 마치고 형제들 일부는 산길을 따라 이어진 십자가의 길을 오르기도 하고, 일부는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겨우내 얼지않고 흘렀을 것 같은 작은 물줄기를 거슬러 건너편 나무에 걸려있는 십사처를 따라 오르며, 끊임없이 흐르는 물의 힘찬 소리와 물속에 훤히 드러나 보이는 고운 모래와 오래된 나무 둥치, 지난 가을 떨어졌을 낙엽들과 쉼없는 물보라에 묵묵히 젖고 있는 바위에서 새로운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의 삶도 저 작은 개울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일 것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어제라는 이미 지나간 희노애락에 집착하여 멈춰선 까닭이겠지요. 끊임없이 흘러가는 저 물이 겨우내 잠자고 있던 나무와 돌의 이끼에까지 생명을 불어넣는 것처럼 우리도 현재라는 삶의 시간에 충실한다면 나와 내 주변이 새로운 생명으로 늘 부활의 기쁨을 누리며 하느님을 찬미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다시는 올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다는 ‘침묵의 집’에서, 고통이라고 여겼던 십자가의 길은 결국 새 생명으로의 부활로 가는 길임을, 새 순이 터져나오는 나뭇가지와 맑은 물소리처럼 신명나게 살아가라고 주님은 가르쳐 주셨습니다. 2013. 3 사순시기에 - 김 스테파니아
T. 평화와 선 !
용인프란치스코(준)형제회는 감사하게도 글쓰는 재주를 선물로 받으신 회원들이 많습니다.
회원들은 어느 때 , 형제회 이름으로 요청만하면 순응하는 자세로 화답하시어 고맙습니다.
평화의 사도(5,6월호 - 영원한 모성)에도 지원기에 함께하는 새로운 님의 글이 올려져 있습니다
함께 공유하시어 기초양성기에 있는 회원들에게 형제적 사랑으로 기도 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