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형제님,
그동안도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겠지요?
오늘 오랜만에 형제님께 글월 올립니다.
지난 2003년에 형제님께서 도와주셨던 이곳 중국의 청윈 양이
지난해 결혼을 했습니다. 저도 연락을 받지 못해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연락을 안했다고 많이 섭섭했었는데,
충분히 그럴수 있었겠다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신랑은 길림성 사평시 근처 농민가정의 외아들이고,
현재 같은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고 있답니다.
가난한 두농민가정의 딸 아들이 이제 사회에 기여할 부부의사로 큰 발을 내디딘셈입니다.
지난 2월에는 첫 딸을 낳아 청윈양은 지금 산후휴가중입니다.
며칠전 연락이 되어 아기 옷과 장난감을 사들고 시골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이제 70여일이 지나 청윈 양은 아직 부기가 있어 보였고,
아기는 작지만 똘망똘망하게 보였습니다.
청윈 양은 먼저 결혼식에 연락을 했는데 연결이 안됐다고 애석해 했습니다.
청윈 부모님과 함께 지나간 이야기들을 하며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청윈양의 집은 아주 가난한 시골집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요리를 해 한 상 가득 차리셨습니다.
그러면서 저보고 "따언런"이라고 했습니다.
대은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제가 아니고 한국의 H선생님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벽 한쪽의 옛날 옷장 한가운데의 화장대 사진틀에는
형제님의 가족 사진이 귀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돌아올 때는 졘삥과 절인 마늘 반찬 등 선물을 하나 가득 받았고,
저는 형제님의 한국 주소를 전해 주었습니다.
형제님, 형제님도 어려운 가운데서 그에게 선뜻 사랑을 베푸신 것이
이제 한 사회의 의사부부 가정으로 꽃피고 있습니다.
이 의사 부부는 두고 두고 감사의 마음으로 많은 아픈 이들을 진료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사랑이 다시 사랑을 낳을 수 있게 된 셈이지요.
그리고 기뻐 하십시오. 지난 2월에는 청윈 양이 첫 딸아이를 낳아
이제 70여일이 되었습니다.
형제님이 손녀를 보신 셈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꼭 형제님을 청윈 양의 집에 안내해드리고 싶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고, 만나뵈올 날을 고대합니다.
--중국에서, 최요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