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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간도 일기<제353호> / 2011. 2 1(수) / 맑음
마지막 못다한 말
○…다 저녁때 107호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할머니들이 문앞에 서서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울음소리는 '꺼억, 꺽' 하다 말소리로 이어지고
또 '꺼억' 꺽'하다 말소리로 이어지곤 했다.
리원장이 잔뜩 찌푸린 불안한 얼굴로 방에서 나오다 나를 보곤 말했다.
"좀 들어가 보시오."
"왜? 무슨 일이야?"
원장은 말은 더 못하고 내 팔뚝을 잡아 방문 안으로 떼밀어 넣었다.
며칠전부터 아들이 입원해 매일 출퇴근하다시피
병간호를 하고 있는 임 아매가 침대에 올라앉아
한 손으로 침대를 치며 울다간 또 무언가 말을 하곤 하고 있었다.
눈치로 아들의 상태가 아주 안좋아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할머니 옆 침대에 걸터앉자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하소연을 했다.
난 상황을 파악하느라 듣기만 했다.
"사장, 어떡하면 좋아, 나 어떡해."
그러곤 또 '꺼억, 꺽' 목소리도 메어 안나오는 울음을 울었다.
지난 해 내내 간경화 복수로 병원에 입원과 출원을 반복하던
둘째 아들이 며칠전 다시 시인민병원에 입원했는데
의사들이 이제는 가망이 없다고 했단다.
아들 병간호를 위해 아침먹고 내려갈 때면 아들 주겠다고
반찬으로 나온 삶은 달걀을 안먹고 플라스틱 찬통에
고이 넣아가곤 했었다. 하루는 부엌에 와 아들이 먹고 싶어 한다며
감자반찬을 좀 해달라고도 했었다.
"삼형제 중에 제일 착한 놈인데~에…."
할머니의 넋두리가 이어졌다.
아픈 아들을 두고 며느리는 약값을 하겠다며 한국에 돈 벌러 갔었다.
매일같이 아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던 그 며느리도
이번에 급하게 들어왔다.
"아이구, 어쩌면 좋아."
옆에 서 있던 한 할머니가 위로의 말을 던졌다.
"아직 눈감은 것도 아닌데 무슨…."
다른 할머니들도 바라만 볼뿐 딱히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한 손으로 손등을 계속 쓸며
안절 부절했다. 여든 여섯살 할머니의 팔뚝을 잡으니
손 안에 한 움큼 뼈만 앙상했다.
"할머니, 마음을 굳게 먹으세요. 그럴수록 더 힘을 내셔야해요."
내가 위로의 말이라고 던진 말에 나도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할머니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사장, 그 애가 못한 말이 있다고 합디다."
"예, 무슨 말이요?"
"그 애가 그럽디다. 어머니를 사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해야하는데 못했다고."
"예? 예~에."
"할머니 걱정마세요. 제가 잘 모실께요."
할머니는 그 말을 해 놓고 또 '꺼억, 꺽' 울음소리를 내다가 말하셨다.
"그 애가 그 말을 못했다고…."
가족들에게 부족하지만 자신들의 어머니 아버지를
대신해서 모실 수 있는 복리원으로 생각해주는 그 아들이 고마웠다.
가족들을 대신해 노인들 모시는 복리원사업의 책임감이 다시한번 실감났다.
"사장, 나 책임지시오."
"예~에, 할머니!"
시원 시원하게 대답해드렸다.
<353-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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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림성 화룡시/ 최요안OFS / joahnc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