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탈북동포를 돕고 계시는 김기수 프란치스코 신부님께서
후원회원들에게 금년 새해에 보내신 편지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임)
경제 불황으로 음울한 세상 분위기, 해마다 중국 공안들에게 잡혀가 시달리는
괴로움, 해가 가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는 북한의 실정, 등...으로 인하여 저도
절망감이 무섭게 엄습해 와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지난 10년 동안
변함없었던 제 믿음과 의지를 통째로 흔들어 놓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저를 통하여 광복이(주: 작년 2월에 북한을 여동생과 함께 탈출하였으나
여동생은 산속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죽고, 중국에서 이곳 저곳 도망 다니며 살던
광복이는 발을 절단해야할 정도로 심한 동상에 걸린 상태에서 기적같이 김기수
신부님을 만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거의 다 낫고, 북한에 있는 부모와 형제들이
걱정된다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여 신부님은 1년 정도 살아 갈 수 있는 식량
과 옷, 의약품 등...을 주어서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함)와 같이 불쌍한 사람들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외면할 수 없어서 다시 정신을 가다듬곤 합니다.
제 동료 수도회원들과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는 새해 초에 저를 목메게
기다리고 있을 탈북 동포들을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다시 돌아 갑니다. 그곳에서
한결같이 매일미사 때마다 후원회원님 한분 한분의 이름을 기억하며 인자하신
주님께 미사를 봉헌할 것입니다.
삶과 죽음의 차이란, 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하느님께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은총을
충만히 받을 수 있고, 아무리 험악한 죄를 범했어도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는 순간에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모든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기회
도, 회개할 수 있는 기회도 멈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에 한 생명이
라도 더 구출해 주어야 된다는 생각이 저를 다시 동토의 땅으로 가게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베풀어주신 큰 은혜에 감사드리며,
성 프란치스코의 작은 형제,
김기수 프란치스코 신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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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 사도와 똑 같은 상황이 연상되면서 눈물이 나고 숙연해집니다.
"왜 그렇게 울면서 내 마음을 아프게 합니까? 나는 주 예수님의 이름을 위하여
예루살렘에서 결박될 뿐만 아니라 죽을 각오까지 되어 있습니다." (사도 2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