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대기오염 등 일부 환경 지표에서 세계 꼴지 수준이라는 다보스 포럼 보고서는 부끄러운 우리 환경 실상을 조영照影해 주고 있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발표한 세계 환경성과지수(EPI)는 오존 오염 등 25개 항목으로 각국 환경을 평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총점 79.4로 조사 대상 149개 국가 중 51위였다. 이웃나라 일본(21위)에 비해 한참 처지고, 멕시코(47위), 스리랑카(50위), 태국(53위)외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대기오염 지표(147위)와 이산화황 배출량(148위), 농업보조금(145위) 등 항목은 사실상 꼴찌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로 커졌지만, 우리의 환경여건과 관리능력은 후진국 수준을 맴돌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여기엔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국민 성향과 친환경적이지 못한 정책수행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는 세계 5위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10위를 기록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겨울철 반바지 차림으로 지내는 웃지 못할 우리네 낭비 성향이 환경 낙후에도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다.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하다 보니 정책수립에 환경적 요인을 폄하貶下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대표적인 예가 새만금 사업이다.
이번 조사에서 생태계 위험지수가 낮은 점수를 받은 건 바로 그런 환경무시형 사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후손에게 온전한 생활터전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이제 환경보호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업이다. 좁은 국토를 가진 우리로서는 경제개발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더한다.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는 산업구조 등 친환경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환경부만으로 부족하다면 범정부 차원의 정책협의 기구를 만들어 대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국민들의 의식변화와 동참이다. 범국민적 에너지 절약 운동이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다.
2008.1.25 중앙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