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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창보자료

현 단계 한국 사회와 프란치스칸 JPIC

조회 수 6068 추천 수 0 2006.11.08 10:19:16




박문수 프란치스코 교수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 상임위원, 서강대)

1. 가톨릭교회와 JPIC

가톨릭신자들은 사회문제를 바라 볼 때 사회교리에 입각하여 ‘관찰-식별-행동’이라는 해석학적 순환구조를 따른다. 관찰은 말 그대로 우리 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관찰을 위해 때로 인문학, 사회과학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식별은 신앙의 눈으로 관찰된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 교회에서는 이 때 가톨릭 사회교리의 중심 가르침을 기준으로 신앙에 부합되는지 그 여부를 판단한다. 마지막 행동은 이 식별의 결과가 신앙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 신자들에게 적합한 방법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실천의 결과를 다시 관찰하고, 다시 식별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관계를 해석학적 순환이라고 말한다.

JPIC는 1986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에서 21세기의 가장 중심적인 지구적 과제로 선정한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의 영어 이니셜이다. 개신교에서 만든 개념이지만 사회교리와 잘 부합하기에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음의 사회교리의 기본 가르침을 보면 이 말의 의미를 더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1.1 JPIC의 가톨릭적 근거 : 사회교리

가톨릭 신자들(정평창보 회원들도 마찬가지)이 이웃 사랑, 하느님 사랑의 영성을 실천할 때 실천의 궁극적이고 확실한 근거로 삼게 되는 거룩한 전통 가운데 현대에 와서 가장 잘 확립된 가르침이 가톨릭 사회교리이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성서와 교부들의 전통으로 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것이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그 원천을 성서, 교회의 교부들과 대 신학자들의 가르침, 교도권과 특히 최근 교황들의 교도권에 두고 있는 교의적 방향 설정들 및 활동기준의 총체”(푸에블라 문헌, 472항)로 정의할 수 있다.

“사회교리의 근본원리들은 ‘사회의 상황과 구조, 사회 체제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는 기준을 세워준다. 따라서 교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침해하는 생활환경을 주저 없이 단죄하는 것이다.’…판단기준은 또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체제들에 관련된다. 교회의 사회교리는 어느 특정한 체제를 제안하지 않는다. 오직 근본원리들에 비추어, 교회는 기존의 체제가 인간 존엄성의 요구들에 어느 정도 부합 하는가 못하는가를 즉시 판단할 수 있게 한다”(자유의 자각, 74항).


1.1.1 사회교리의 중심 가르침

1) 인간의 삶에는 종교적, 사회적 차원 두 가지 모두 존재한다.
그리스도교 사회영성이 인간 생활의 주변적 환경을 구성하는 사회구조도 은총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중요한 구원과 성화의 대상으로 생각하듯이 사회교리도 이 두 차원을 강조하고 이 둘을 긴밀하게 결합시킨다. 그래서 신앙과 사회 안에서 이 신앙의 가치가 실현되는 것인 정의(正義)가 필연적으로 상호 긴밀하게 결합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사상은 교회헌장의 중심 가르침이다. 전통적인 이원론에서 소외되어온 세속 영역을 도외시하고 인간 구원을 생각할 수 없다는 현실적 배려이다.

2) 사회교리가 항상 중심에 두어왔고, 중심을 두어야 할 일은 인간 존엄성을 옹호하는 일이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남자와 여자가 사회질서와 창조질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까닭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부들은 이러한 사상을 다음과 같이 명료하게 제시하였다. “모든 사회제도의 근원도 주체도 목적도 인간이며, 또한 인간이어야 한다.”(사목헌장, 25항) 이 가르침은 개인의 인권이 사회나 국가, 혹은 정치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그것을 창조하신 하느님에게서 온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형태의 인권 침해든 그것은 단지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고 침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인간을 고귀하게 창조하고 인간의 지위를 높여주신 하느님을 모독하는 죄악이라고 본다.

3) 사회교리는 인간은 누구나 정치경제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가르친다.
모든 인간은 결코 누구에 의해서든 소외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법적(예, 투표, 의사표현의 자유, 이전의 자유) 그리고 사회경제적(예, 음식, 주거, 노동, 교육) 권리가 해당된다. 이 권리들은 사회교리의 인간 존엄성 원리에 기초한 것이다.

4) 사회교리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가르친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이러한 적극적인 관심 요청은 창조에서 나오는 인간의 존엄성과 모든 인간의 평등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가르침은 다음의 성서 말씀에서 비롯되어 현대의 우리에게 강력한 도덕적 요청이 된다. "누구든지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의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도 마음의 문을 닫고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1요한 3,17).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부들도 인간의 평등한 존엄성이 더욱 인간답고 더욱 공평한 생활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인류가족을 형성하는 민족들 또는 구성원들 가운데서 지나친 경제적, 사회적인 불균등은 개별 인간의 품위와 평등, 사회정의에서 장애물이 된다고 가르치면서 이러한 관심을 다시 촉구하였다(사목헌장 29항).

5) 사회교리는 사랑과 정의를 같은 것으로 보고 이 둘을 일치시켜 본다.
전통적으로 사회질서 안에서 사랑은 불의한 사회구조악을 가리운 채 강자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만 이용되고, 적용되어 온 것에 대한 교회의 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회는 사회정의의 요청에 기초하여 사회교리는 이웃사랑이 정의를 위한 절대적 요청이라고 가르친다. 이웃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정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6) 사회교리는 공동선을 증진시키려고 한다.
공동선은 경제, 정치, 문화와 같은 사회적 삶의 조건의 총체를 가리키는데, 이것들은 여성과 남성이 기꺼이 그리고 충분히 자신의 인간성 완성의 성취를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다. 그래서 개개인의 권리를 항시 공동선의 증진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한다. 이것은 개인이나 일국의 차원이 아니라 국제적인 영역으로도 확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7) 사회교리는 모든 책임과 결정을 지역공동체들과 제도들 안에서 개개인이 주도권을 쥐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논지의 보조성 원리를 지지한다.
그래서 국가는 가족, 이웃, 공동체 단체, 작은 사업과 지역정부와 같은 구조들을 매개하는 일을 양성하고, 이들을 이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상위구조인 정부는 더 큰 규모의 사회적 협력과 조절이 공동선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만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40주년). 보조성 원리는 라틴어의 숩시디움(Subsidium)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이는 도움, 도움을 줌을 뜻한다. 보조성 원리는 사회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공동체들간의 역할과 그 역할에서 주어지는 권한을 결정지어줌으로써 그 공동체들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8) 사회교리는 비판적 정치참여가 신자의 의무라고 가르친다.
모든 결정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신자들이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또한 사회적인 차원을 은총의 구조 안에 포함시키고 교회의 중요한 관심영역으로 삼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9) 사회교리는 경제는 만인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경제정의를 가르친다.
이 지상의 모든 재화의 주인이 창조주 하느님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아무나 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먼저 차지하거나, 또는 등기와 국가의 경계선으로 자신이 가진 소유의 경계를 정하였다고 해서 자기 것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느님께서 이 지상의 재화를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주신 것이 아니라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인류에게 부여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상에 기초하여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지상재화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게 된다.

10) 사회교리는 인간이 이 지구상의 재화를 단지 관리(경영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아울러 지구상의 모든 재화는 “사회적 저당”권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친다.

11) 사회교리는 세계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가르친다.
그래서 우리에게 하나의 인류가족에 속해 있는 구성원들로서 국가의 경계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의 권리와 발전을 증진시킬 상호의무가 있다고 가르친다. 특별히 부유한 국가들의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책임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정신과 태도는 국제기구와 조직에 정의가 반영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

12) 사회교리는 평화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이를 위해 투신해야 할 것을 가르친다.

평화는 정의의 열매이고, 평화는 인간과 국가 간에 바른 질서에 달려 있다. 정의가 실현되어 전쟁과 갈등의 소지가 사라진 상태가 진정한 평화인 것이다.

“평화는 정의의 열매였다. 오늘에도 성서적 영감에서 오는 똑 같은 의미와 똑같은 어조로, ‘평화는 연대 의식의 열매’라고 단언할 수가 있다”(사회적 관심, 39).


1.1.2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과 가르침
성인의 가르침은 언어보다 삶 안에 녹아 있었다. 성인의 가르침은 인류 모두에 해당되면서도 부패한 교회를 향하고 있었다. 물질적 빈곤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절대적 가난(요즘은 이를 자발적 가난이라고 한다)이 교회의 쇄신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성인과 성인의 가르침은 어떠한 정치적 선택에도 매이지 않았으나 인류의 보편적 심성(Imago Dei)에 호소하는 울림이 있었다. 성인의 가르침은 JPIC와 잘 어울린다.


2. 관찰 : 우리 시대의 문제

2.1 현 단계 지구사회의 핵심 이슈

1) 사이버 경제 : 전자 상거래
정보통신혁명의 결과로 나타난 인터넷을 통해 기업간, 기업과 개인, 개인과 개인간 상거래가 기존 상거래에서 상당비율을 차지하리라는 예측이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 전체 상거래의 30%가 인터넷을 통하여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를 달리 전자상거래라고도 하는데, 기존 시장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 1순위로 지목하였다.

2) 환경보호의 남북문제 첨예화
환경재앙은 극에 달하면 모든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재앙이 일어나는 초기과정에는 사회적 약자들이 일차적인 피해자가 된다. 특히 적도 이남의 제3, 제4 세계 민중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적도를 경계로 경제적 선진국과 후진국간에 존재하는 빈부격차의 문제를 남북문제라고 하거니와, 경제개발 과정에서도 후진국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서는 개발가능성이 없는 탓에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선진국과 생존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한다. 21세기의 가장 큰 사회적 쟁점이 되는 이유이다.

3) 지구적 경제 : 국경 없는 경제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는 지구적으로 확장되었다. WTO, FTA가 상징하는 것처럼 국민국가의 경계는 점차 경제적 이유로 약화되고 있다. 유럽 공동체와 같이 경제적 목표를 위해 국가의 주권을 자발적으로 양도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경제는 세계를 하나의 국경 없는 시장으로 만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20 : 80의 사회가 상징하는 바와 같이 지구자원의 불균등한 분배는 지구적 차원의 정의문제를 낳고 있다. 교회가 사회교리를 통하여 해결을 요청한 국제적 불평등 상황이 더욱 심화되리라는 것이다. 이 경우 교회는 제 3세계, 제 4세계(제3세계 가운데서도 가장 경제적으로 궁핍한 나라들)를 옹호하고, 선진국의 불의를 도덕적으로 비판할 책임이 있다.

4) 지식기반산업의 융성.
21세기에는 정보사회가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보의 생산, 가공, 전달, 축적(저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정보가 부의 원천이 되리라는 것이다. 이미 정보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자본이 되고 있고, 그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5) 생물공학 : 복제인간
생물공학이 21세기에 가장 큰 돈을 벌게 될 분야 가운데 하나가 되리라는 예측이다. 유전공학도 여기에 속한다. 이 분야는 윤리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에도 질병치료, 수명연장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천문학적인 이익 때문에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 복제인간을 시도하는 단계에까지 오게 되었다. 알려지지 않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식량문제에도 응용되어 21세기에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6) 본격적인 고령사회 돌입
통계청(2001)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가 2019년에 전체 인구의 14%, 2026년에 20%에 이르러 초고령사회에 돌입할 것이라고 하리라는 예측이다(통계청, [한국의 인구 1], 2003년. 199쪽) 2000년의 7%에서 14%에 이르는 시간은 19년이 걸리지만, 14%에서 20%에 이르는 시간은 불과 7년 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노년부양인구비의 증가(한국은 1998년에 10.03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에서, 2050년경에는 2.4명이 한명의 노인을 부양하게 된다), 복지비용의 확대, 수입 없는 수명연장의 문제를 낳아 개별국가, 가정, 넓게는 인류의 심각한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7) 국제금융의 자유화와 국제화
전세계 금융시장, 주식시장, 선물시장은 이미 20세기 말에 하나로 통합되었다. 통합을 촉진한 것은 역시 정보통신혁명의 총아인 인터넷이다. 돈은 국민국가의 경계, 심지어 이념과 종교적 신념의 벽을 무너뜨리면서 지구를 하나의 시장으로 변화시켰다. 1), 3)과 함께 지구를 더욱 상호의존성이 높은 시장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3)과 연결되는 것으로 같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8) 무한경쟁 : Global Standard
과거 경쟁은 한 국가 안에서 이루어졌으나 3), 7)의 영향으로 자국을 넘어 세계무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경쟁력이 없으면 지구적 강자들에게 자신의 시장을 내 놓아야 하는 절대 절명의 상황에 놓이게 되고, 경쟁력이 있는 강자들은 전 지구를 시장으로 삼아 더욱 큰 부를 얻게 될 것이다. 경쟁의 격화는 사회적 약자의 탈락을 가속화시켜 궁극에는 이 지구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고 있고, 국가의 자본에 대한 규제가 많이 느슨해져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취업연령에 달한 청년층에게 실업문제는 생존권
을 위협할 뿐 아니라 취업에 과도하게 매달리게 만들어, 가정 학교, 종교 생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교회에서 청년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안정된 계층을 신자층으로 두고 있는 가톨릭교회는 경쟁탈락자들이 더욱 접근하기 어려운 종교가 될 수 있다.

9) 식량/에너지 문제 대두
환경재앙, 강대국의 조직적 매점매석, 불균등한 식량유통질서로 말미암아 21세기 초반에 남반구의 인류에게 식량재앙이 닥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의 고갈도 대체에너지를 예비하지 못한 나라들에게 역시 커다란 생존의 위협을 몰고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유가상승에 따라 물가가 좌우되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같이 자원빈국들은 에너지 고갈이 진행될수록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욱 큰 곤경에 처하게 된다. 대체에너지 개발은 자본, 기술 집약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후진국들은 감히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식량도 마찬가지여서 이 상태대로 간다면 빈국과 부국 간에는 장기간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이 형성될 수 있다. 교회가 제 1세계에 대하여 정의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10) 우주/해양/지하자원 선점경쟁 가열
현재까지 개발된 자원은 주로 지하자원이었는데, 미국의 화성탐사계획, 소련의 우주정거장 계획과 같이 미래 안보와 경쟁이 우위확보는 우주, 바다 속, 미지의 지하자원을 누가 먼저 개발하여 상용화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잠재적 이익에 대한 기대 때문에 선진국들은 수십년 앞을 내다보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2.2 현 단계 한국사회의 핵심이슈

2.2.1 정치환경

1) 현 단계 한국의 정치지형. 한국사회에서 정치가 갖는 영향력은 과거 민주화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시민사회의 성장, 시장 확대로 인한 자본의 부상, 언론의 권력화로 한국의 권력은 국가, 시민사회, 자본, 언론 등으로 분점된 상태이다. 당분간 이 분점 구도는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 정치도 전 세계적인 세계화 추세에 부응해야 하는 현실적 요청을 받고 있으나, 정치적 능력은 자국 내에서만 유효한 수준이며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한 편이다. 따라서 한국의 정치판도는 한국내의 국지적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권력주체간의 갈등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미일 동맹이 강화되면서 한국 정치는 미래 동북아의 핵심 역할 주체인 중국과의 관계와 전통적 우방관계인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정치지형이 다분히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변수이다. 게다가 이 관계의 핵심에 북한이 있다.

점차 중국의 경제적 식민지 혹은 정치적 주변국으로 전락하는 북한을 남한이 어떻게 현실주의(친 중국 노선)와 명분(우방관계인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포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중국-북한, 넓게는 러시아까지를 포괄하는 구 사회주의 진영과 미일 동맹 사이에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현 단계 한국정치의 핵심적인 과제이다. 특히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하여 한반도 통일 이후 영토문제에 대비하고 있고, 일본은 미일 동맹을 강화하며 미군과 일체성을 더욱 강화하였다.

또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 광주 공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주한 미군 감축과 신속기동군화 등)도 국내에서 남남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2) 정치영역의 투명화와 권력축소. 현 정부에 들어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고비용 선거 구조를 혁파하고, 정치권력의 투명성을 높인 점이다. 정당 운영과 고비용 선거구조는 음성적 정치자금의 규모를 줄이고,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상당부분 차단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주요 공직자에 대한 사전 검증제도, 임기 중 탄핵, 소환조치 등도 과거 권위주의적 요소를 상당 수준 수평화 시키는데 기여하였다.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대통령의 탄핵도 의회를 통하여 절대 권력을 상대화시킨 사례이다. 이처럼 정치영역에서 권력이 점차 상대화되리라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는 시민사회가 성장하면서 정치권력을 견제할 수 있게 된 데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정치는 직업적 정치인들이 지배하는 구조라서 신진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세력을 확장하는 데는 진입장벽이 높다. 중앙정치는 점차 투명화과정을 거치고 있으나 권력의 기반을 구성하는 지역정치는 여전히 지역할거주의가 지배하고, 토착적 비리와 결부되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 국가운영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게 되면서 관료적 지배를 강화할 우려가 크고, 한편으로 국가운영과 기업경영이 수렴되면서 경제 권력의 강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3) 지방자치제의 정착과 지역 이기주의의 심화. 지방자치 10년 동안 한국사회는 두 가지 상반되는 방향을 보게 되었다. 먼저 지역민의 현실에 밀착된 정치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나, 님비(nimby)가 늘어나 사실상 중요 국책사업이 국가 공동선의 입장에서 추진되기보다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되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이다.

또한 지역민들의 민도가 높아져 국가권력에 대항할 수 있게 된 점(종종 지역 이기주의와 중복되는 경우도 있었다)은 긍정적이나, 자립이라는 명목 하에 과도하게 지역의 이해를 앞세우는 점은 부정적이다. 자치단체 간 경제적 능력의 차이로 지역 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도 우려되는 일 가운데 하나이다. 공동선을 일차적으로 고려할 만큼 지방자치제는 정착되지 않았고, 지역주의도 아직 극복되지 않았으며, 고질적인 지역간 경제 격차는 지방자치 이전의 상황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다.

4) 여성의 정치세력화. 아직 상징적인 수준이지만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진행되고 있다. 여성 대통령후보, 주요 지방자치 단체장 출마, 고위 관료 입각 등이 상층 수준에서 여성의 정치권력 참여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지방자치 영역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는 대세이다.


2.2.2 경제환경

1) 부동산시장 불안정. 현 정부에 들어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은 앞으로도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버블일 것이라는 몇 년 전의 예측과 달리 해결이 난망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서민과 중산층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 상태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빈부격차를 가중시키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 공공재로 여겨져 온 주택이 자본주의적 상품으로 전화한 결과이고, 문화, 정보, 경제의 중심을 향한 상승이동, 교육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현재와 같은 특정 지역 중심의 부동산의 상품화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2) 시장구조 개선-시장권력이동.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시장권력이 이동하는 추세 및 그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바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이런 추세에 어울리는 정책들이 요구될 것이다. 시장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배적인 패러다임의 이동을 촉진하므로 사회의 다양한 영역과 요소들이 구질서와 충돌을 일으켜 개인의 심리적인 측면에서부터 경제적 기반의 약화에 이르기까지 악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3) 각국 간 FTA 체결 가속화. 아시아 지역에서 각 나라 간에 체결되고 있는 FTA협상, 우리나라에서도 통과된 한-칠레 FTA 협상 비준안은 동북아 지역은 물론 국제경제관계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협상은 협상의 수준을 넘어 일방적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이고, 협상대상도 국내 생산, 유통, 소비영역 전반에 걸쳐 있어 가장 파괴력이 클 전망이다. 협상 체결 후 강제적 개방이 진행될 경우 이미 약화되고 있는 한국 농업의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위험이 있고, 농촌의 붕괴로 말미암아 해체된 농촌인구는 도시로 유입되어 거대한 비정규직군을 형성할 것이다.

4) 대내외 정치외교환경 변화에 따라 결정될 남북경협.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 핵실험 문제는 그동안 진행되어온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경협은 그 다지 진전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남북 경협은 장기적으로 북한선교에 연결될 수 있는 기회이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도 있으며, 평화체제가 정착될 경우 완만하지만 느슨한 연방제 형태의 통일가능성도 높아진다.

5) 경제구조의 양극화 심화. 세계화 및 중국경제의 고성장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지금까지 완만하게 진행돼온 경제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현실적으로는 지구적 시장을 지향하는 대기업과 한계적 지위의 중소기업간 격차가 심화되면서 각 산업 부문 내에서 구조조정 및 실업 증대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양극화의 결과 가운데 하나가 고용 없는 성장현상이다. 그만큼 취업을 앞둔 청년들에게 불리한 상황이고,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 취업자들의 경우에도 고용불안정이 커져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현재 경제활동인구 절반에 이르는 비정규직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현 정부와 이 연장에서 진행되는 FTA는 이러한 양극화를 더욱 심화할 것이다.

6) 불안정한 노사관계 지속. 노동현안 중 현 단계 최대이슈는 비정규직 보호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들을 과소보호하게 되면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빈곤의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과대보호는 노동시장에서 사용자의 비용을 높여 실업증가와 국제경쟁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외에도 노사관계는 갈등의 요소를 여전히 안고 있다. 이미 가톨릭계 병원들의 분규를 통하여 경험한 바와 같이 노사갈등은 기본적으로 폭발성을 내포하고 있다. 교회도 외부인이나 신자를 고용한 입장이니 만큼 이러한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7) 소득분배 및 복지정책 강조.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 및 빈곤 수준은 외환위기 전후로 급속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복합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데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폭발성을 내포하고 있는 현상이라 정부정책도 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3. 식별과 행동

정평창보 회원들은 현 단계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가톨릭 사회교리의 기본원리들과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에 따라 식별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들에 대한 식별이 과거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아야 한다. 현대 사회 문제들은 말 그대로 복잡성(複雜性)과 다인성(多因性)에 기초하고 있는 까닭이다.

원인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너무나 다양하고, 또 이것이 복잡하게 얽혀 과거처럼 단순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가톨릭교회는 공식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 직접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 상황에 놓여 있는 신자들에게 이러한 판단을 맡겨 놓고 있다. 원리는 쉽지만 이를 적용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평창보는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이러한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인가? 대략 다음의 지침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 가톨릭 사회교리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할 것이다. 사회교리는 식별의 원리이자 행동의 지침을 제공하므로 정평창보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기본 지침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2) 프란치스코 성인과 그 이후 프란치스칸들의 삶 안에서 유추할 수 있는 식별의 지침과 행동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프란치스칸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청된다.

3) 동 시대를 살아가면서 나의 눈높이가 어디에 맞춰져 있고, 내 발은 어디에 딛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사람은 자신의 눈높이에서 관찰하고 그 수준에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눈높이가 낮고, 딛고 있는 발이 낮을수록 많은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다. 성인의 절대적 가난은 모든 인간을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또한 관찰의 도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단지 매스 미디어에 나오는 정보만으로는 정확한 식별을 할 수 없다. 문제의 인식도 식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문제인식을 돕는 전문부서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4) 실천 방안은 교회의 윤리적 규범에 맞아야 한다. 그러나 평신도는 사제, 수도자와 달리 직접 참여가 가능하기에 윤리적 판단이 서면 그에 알맞은 행동을 더 넓은 범위에서 할 수 있다. 그리고 정평창보는 단체이기 때문에 몇몇 개인의 식별이 아니라 공동의 식별이 요구된다. 공동으로 분석하고 식별한 바탕위에 실천해야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5) 관찰-식별-실천의 순환구조에 따라 늘 깨어 관찰하고 식별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 고정된 것은 없다. 늘 변하고, 일방적으로 옳은 것도 옳지 않은 것도 없는 상황도 허다하기에 깊은 신앙에서 오는 식별력이 아니면 실족할 수 있다. 이 점을 명심하여 교회의 단체로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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