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출근길 어제의 많은 비로 맑은 공기 탓인지, 아니면 주말의 좋은 휴식 탓인지 발걸음이 상쾌하다. 시화호 끝단 블록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이유로 수많은 차량행렬 반대편으로 한적한 보도길을 걷는데 바람결에 진한 꽃향기가 유별나다. 빈 공터 한 구석에 핀 이름모를 꽃에 시선이 갔고 굳이 얼굴을 댈 필요가 없이 그 향기의 주인공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떤 경로로 해서 이곳까지 와서 꽃을 피우는지는 모르지만 크기로 미루어 몇 년은 됨직하고 어찌 되었던지 좋은 공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곳에서 벌과 나비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는 더 진한 향이 필요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른 출근시간 호젓하게 걸어가는 나 뿐만 아니라 신호 대기하는 차량안에 있는 운전자 모두에게 상쾌함을 주었을 것이다.
문득 꽃 이름을 알고 싶은 충동이 일어 끝부분의 일부를 꺾어 회사로 왔다. 꽃봉오리 들고 출근하는 나를 보고 경비아저씨가 웃으면서 무엇이냐고 묻는다. 혹시 꽃 이름을 아시느냐 물으니 모른다는 이야기와 향이 좋다고 좋아 하신다. 사무실로 들어와 연세가 지긋하신 청소하시는 자매님께 물으니 찔레꽃이라신다.
바쁜 일상사 안에서 별로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우리들이지만 찔레꽃 향으로 말미암아 웃고 즐기면서 향을 칭찬하면서 한 주일을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사람 산다는 것이 참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묵상거리를 준 이름 모를 찔레꽃 형제에게 고마움으로 또 하루를 연다. (5.20. 無逸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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